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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석 축제화훼팀장 |
[창원=뉴시스]강경국 기자 = '10월의 축제, 가을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마산가고파국화축제. 그 한 달을 위해 지금 이 무더운 여름, 한창 국화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있다. 1년 내내 국화 옆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 그들의 손끝에서 시민들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그 중심에는 20년 가까이 마산국화축제를 키워오고, 매년 새로운 테마를 고안하고, 작품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의 심춘석(54) 축제화훼팀장이다. 국화라는 꽃, 그리고 사람이라는 동료를 함께 키우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저도 원래는 농사일이 싫었어요. 주말마다 도와주는 것도 힘들어서 피하던 사람이었죠."
심 팀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시골에 내려와 어린 시절 처음 농사를 접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중 뜻밖의 수술로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렇게 농사일과 본격적으로 인연이 닿았다. 시설원예 회사에서 일하다가 마산시 농업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것이 2005년. 그 첫 업무가 바로 국화축제와 시가지 꽃 관리였다.
2013년부터는 국화축제 전시 기획과 작품 제작 전반을 혼자 도맡게 됐다. 심 팀장은 이직이나 보직 변경 없이 국화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걸어왔다. 현재 그의 주 업무는 국화축제 전시 총괄, 국화축제 작품 개발 및 생산, 시가지 꽃거리 조성, 양묘장 운영, 근로자 채용·교육 및 인력 관리까지 이른다.
마산국화축제는 단순히 국화를 전시하는 행사가 아니다. 2000년부터 이어진 이 축제는 마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국화 조형물 수백 점이 전시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가을꽃 축제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다륜대작 '천향여심'을 비롯해 닭, 돼지, 다람쥐 같은 창의적인 모형작은 축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준비도 남다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피고 지는 벚꽃 축제와는 달리 국화축제는 대량으로, 인위적으로 꽃을 키우고 다듬어야 한다. 축제화훼팀은 축제가 끝나면 바로 다음 해를 위한 모종을 준비한다. 월동용 모주를 확보하고, 꺾꽂이로 증식한 뒤 품종별·작품별로 분류하고 육묘한다.
7월부터는 구조물의 크기와 테마에 맞춰 조감도를 그린다. 심 팀장은 조감도를 그리는 일부터 배치 설계까지 직접 참여한다. 작품 하나에 수백 개 화분이 들어가는데 모두 수작업으로 심고, 줄기를 유인하고, 적심을 반복해야 한다. 특히 다륜대작은 일반 국화보다 3배 긴 18개월을 재배해야 하는 고난이도 작품이다.
축제화훼팀은 현재 내년 축제용 다륜대작을 키우고 있다. 2010년 세계기네스에 오른 천향여심이 그 대표작이다. 1500송이 이상의 꽃을 한 포기에 피워낸 이 작품은 단순한 숫자보다 '작품성 있는 꽃'으로 채워야 의미가 있다.
"그냥 꽃이 많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규격이 있어요. 중심을 잡아가면서 꽃을 퍼지게 피워야 합니다. 18개월 키우는 건 말 그대로 할머니 국화를 젊은이처럼 피우는 일이에요. 사람도 힘들고, 꽃도 힘들어요. 꽃도 생명이라 나이 들면 생육도 나빠지고 병에도 약해지거든요. 꽃이 미리 피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생장을 더디게 더디게 유도해야 하거든요."